물소리와 잔향이 머무는 욕실
욕실에서는 시각보다 청각이 먼저 깨어납니다. 샤워기의 물줄기가 공기를 갈라내듯 떨어지고, 바닥에서 잔잔하게 튕겨 오르는 미세한 울림은 공간을 천천히 적셔냅니다. 벽면을 타고 스며드는 소리, 스팀과 함께 부드럽게 흩어지는 잔향, 거울에 얇게 맺혀가는 물기까지. 우리는 욕실을 깨끗함과 기능으로 정의하지만, 사실 이곳은 소리가 가장 풍부하게 움직이는 작은 무대입니다. 물이 만드는 소리의 결 하나만으로도 욕실은 익숙한 공간에서 감각적인 풍경으로 변합니다.




